삼성전자는 2018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18’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기기를 선보였다. 당시 태블릿PC처럼 생긴 기기를 들고 무대에 오른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전무는 이 기기를 반으로 접었다.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폴더블폰을 직접 목격한 참석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10년 넘게 이어진 바(bar) 모양의 스마트폰의 패러다임에 도전할 새로운 폼팩터(제품 형태)가 등장한 순간이었다.
이 제품은 펼친 상태에선 7.3인치 크기의 태블릿PC로 쓸 수 있고, 접으면 4.6인치 외부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스마트폰처럼 쓸 수 있다. 다만 기기 크기에 비해 다소 작은 외부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실사용 시 불편한 측면이 있었다. 239만8000원이라는 높은 출고가도 장벽이었다. 삼성전자는 1년 뒤인 2020년 9월 선보인 후속작 갤럭시Z폴드2를 통해 외부 디스플레이를 확대하는 등 일부 단점을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 이후 새로운 방식의 폴더블폰을 선보였다. 2020년 2월 출시한 갤럭시Z플립이다. 갤럭시폴드는 공책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펼치는 기기인 반면 갤럭시Z플립은 화면을 위아래로 접는 구조다. 접는 목적도 다르다. 갤럭시폴드가 화면을 넓게 쓰기 위한 용도라면 갤럭시Z플립은 휴대폰을 쓰지 않을 때 작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제품은 폴더폰을 연상시키는 복고풍 디자인 덕분에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기존 모델의 단점을 극복하고 가격을 낮췄다는 점이 흥행 요인으로 손꼽힌다. 갤럭시Z폴드3의 경우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를 장착해 디스플레이 활용도를 높였다. 무게도 전작보다 9g 가벼워졌다. 갤럭시Z플립3는 외부 디스플레이를 전작인 갤럭시Z플립보다 네 배가량 키우고 크림, 라벤더, 핑크 등 다양한 색상을 선보였다. 특히 외부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다양한 커버 스크린과 커스터마이징 기능으로 MZ세대에서 인기를 끌었다. 두 제품 모두 폴더블폰 최초로 IPX8 방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갤럭시Z폴드의 출고가는 199만9000원(256GB 기준)으로 전작보다 40만원 가까이 낮췄다. 갤럭시Z플립3 역시 165만원에서 125만4000원으로 가격이 낮아졌다.
갤럭시Z플립4는 전작의 단점으로 꼽혔던 배터리 성능을 보완했다. 전작보다 용량이 400㎃h 늘어난 3700㎃h 배터리가 들어간다. 배터리 효율도 개선해 전작 대비 사용 시간이 4시간가량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제품 모두 퀄컴의 최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 플러스(+) 1세대(gen)를 사용했다. 카메라 성능도 좋아졌다. 갤럭시Z폴드4는 폴드 시리즈 중 최초로 5000만 화소 광각 카메라를 넣었다.
삼성전자는 4세대 폴더블폰 흥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내부적으로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 목표치를 1500만 대 이상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9% 줄어든 2억9450만 대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 스마트폰 출하량이 3억 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분기 후 처음이다. 업계에선 폴더블폰과 같은 프리미엄폰 판매량이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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